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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 - 김혼비

고영남 2019. 10. 22. 19:33


김혼비 작가가 직접 삶의 질곡속에서 겪은 이야기를 축구를 통해서 부드럽고 자연스럽고 열성적으로 기술한 책이다. 가볍게 터치하며 진행하는 생경한 여자축구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물흐르듯하는 문체에서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나도 이렇게 내 삶을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서술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을 갖기도 했다.

'82년 김지영'이라는 소설에서 느꼈던 여성과 남성의 삶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개인마다 갖고있는 이성에 대한 사회적 감성은 다 다르겠지만 시대의 감성 수준에 따라서 여성의 처지가 많이 변한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자가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지도자를 개혁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이란에서는 여자가 축구장에 들어가게되었다며 좋아하는 모습들이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음을 나로서는 해석이 잘 되지않는다.

그리고 또 하나는 미국 영화 중 '히든 피겨스'라는 1960년대 배경의 천재 흑인 여자들이 NASA에서 겪는 이야기 인데 20세기 중반을 넘어서까지 여성과 남성은 물론 흑인에 대한 차별이 심했다는 것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초등학교때 부터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의 놀이가 확연하게 구분되었음을 새삼 지각하게 되었다. 왜 그랬는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많이 궁금해졌다. 이 또한 인간의 생존과 관계있을까? 인간의 모든 행태는 단순하게 생존과 관계있다는 소설이 생각나서이다. 남성과 여성을 구분짓는것이 인간의 생존에 유리한 것인가?

p46. 맨스플레인이라는 생경한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여자 스포츠 팬들이야말로 그 뜻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무릎을 탁 쳤으리라 감히 확신한다. '일부' 남성들의 맨스플레인이 집중적으로 모여 '대다수'를 이루기 쉬운 곳은, 사회 통념상 남성의 영역으로 간주되는 곳이다. 자동차, 컴퓨터, 게임, 건축, 기계 같은 것들. 여기에 '스포츠'가 빠질 리 없다. 한 번쯤은 보거나 들은 적 있을 것이다. 여자가 오랫동안 스포츠 팬이었다고 밝혔는데도 '혹시 모를까 봐' 친절하게 옆에서 야구의 인필드 플라이를, 축구의 오프사이드를, 농구의 바이얼레이션을 설명하는 남자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