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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시간

고영남 2021. 6. 21. 22:04

p7. 논문과 책을 쓰는 것이 직업이지만, 이번 집필은 힘들었습니다. 당시 상황을 순간과 단계마다 돌아보는 것은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났기 때문입니다.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 내려가는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꾹 참고 써야 했습니다.

p57. 언론과 야당은 동생 부부의 내밀한 사적 영역을 위장이혼 의혹이라며 파헤쳤다. 검찰로부터 입수했을 것이 분명한 두 사람의 이혼 합의 내용까지 공개되었다. 가장 극악한 행태는 미래통합당 김진태 의원의 짓이다. 그는 제수씨 이름이 새겨져 있는 선친의 묘비 사진을 위장이혼의 증거라고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선친은 동생이 이혼했는데도 제수씨를 변함없이 며느리로 생각하셨다.) 그리고 비석에 새겨진 손자 손녀 이름까지 공개했다. 이 사진을 보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p107. 그런데 정치적 독립과 정치적 중립은 다른 문제였다. 검찰 자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으면 정치적 독립을 보장해주어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

p274. '마음의 빚' 발언으로 문 대통령은 거센 비난을 받았다. 대통령께 이런 말을 들어 마음의 위로가 되었음은 사실이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고 하셨다. (...)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대통련과는 관계없다. 내 사건이 모두 마무리된 후 술 한 병 들고 퇴임하고 머무르실 양산 사저를 조용히 찾아가 큰 정무적 부담을 드린 것에 다시 한번 사과 말씀 올리고자 한다. 이날 나는 취할지도 모르겠다.

p357. 2021년 5월 '프로보커터' 저자 김내훈 씨의 '시사인' 인터뷰를 접했다.

" 지금 젊은 사람들의 언어가 변화되었다. 내로남불, 공정성, 위선 같은 말들이 '밈(meme)처럼 되었다. 이것이 모든 평가와 판단의 기준이 되어버렸다. 복잡한 맥락은 가지치기 되고 위선을 저질렀느냐 아니냐만 남았다. 젊은 세대는 위선에 대해 증오에 가까운 감정을 갖고 있다. 이것이 말하자면 '생각의 그물망'이 되었다. 위선이 아니라 대놓고 나ㅃㄴ 짓하는 사람들은 이 그물망에 안 걸린다."

 p360. 내 안의 위선, 내 안의 모순을 직시하고 성찰하며 걸어갈 것이다. 그러나 '솔직한 악덕'과는 싸울 것이다. '위선자 만들기'의 의도와 속셈도 드러낼 것이다.

p365. 2021년 영화 '자산어보'가 개봉되어 아들과 보러 갔다. 영화가 끝나자 아들이 말했다. "우리 집 이야기 같네요." '멸문지화' 그리고 이를 극복해가는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았던 것이다. 아들의 등을 두드리며 영화관을 나왔다.
나는 나 자신과 가족 구성원에게 윈스턴 처칠의 연설 구절을 보냈다.
" 당신이 지옥을 통과할 것이라면, 계속 걸어라." 묵묵히 걷고 또 걸어아가야 한다. 알렉상드로 뒤마의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 끝부분에 나오는 주인공 에드몽 당테스가 쓴 편지의 마지막 문고, "견디며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도 보냈다. 이는 나 자신에게 주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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