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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 생물학자들은 생물을 종으로 분류한다. 동물을 같은 종으로 구분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서로 교배를 하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번식 가능한 후손을 낳으면 된다. 같은 조상에게서 진화한 각기 다른 종들을 묶어서 '속'이라 하고 속의 상위에 있는것이 '과'다. 말과 당나귀 그리고 사자와 호랑이,표범과 재규어와 같이 같은 속에 속하나 종이 다른 경우와 같다.
호모사피엔스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과에 속한다. 불과 6백만년 전 단 한 마리의 암컷 유인원이 딸 둘을 낳았다. 이 중 한 마리는 모든 챔팬지의 조상이, 다른 한 마리는 우리 종의 할머니가 되었다.
p22. 지난 1만년간 우리 종은 지구상의 유일한 인간 종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를 유일한 인류라고 생각하는 데 익숙해 있다. 하지만 '인간'이란 말의 진정한 의미는 '호모 속에 속하는 동물'이고, 호모 속에는 사피엔스 외에도 여타의 종이 많이 존재했다.
더구나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사피엔스가 아닌 인류와 다시 한 번 경쟁해야 할지도 모른다.
p53.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해서 이 결정적 임계치를 넘어 마침내 수십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 수억 명을 지배하는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아마도 허구의 등장에 있었을 것이다. 서로 모르는 수많은 사람이 공통의 신화를 믿으면 성공적 협력이 가능하다.
p58. 효과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이야기를 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남들이 그 이야기를 믿게 만드는 게 어렵다. 역사의 많은 부분은 이 질문을 둘러싸고 전개된다.어떻게 한 사람이 수백만 명에게 신이나 국구에 대한 특정한 이야기, 혹은 유한회사를 믿데 만드는가? 그러나 일단 성공하면, 사피엔스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된다. 서로 모르는 수백 명이 힘을 모아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매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강이나 나무, 사자처럼 실제로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다고 치자. 그랬다면 국가나 교회, 법체계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겠는가?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복잡한 이야기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이런 이야기의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들이 창조한 것을 학계에서는 '픽션''사회적 구성물''가상의 실재'라고 부른다. 거짓말과 달리 가상의 실재는 모든 사람이 믿는 것을 말한다. 이런 공통의 믿음이 지속되는 한, 가상의 실재는 현실세계에서 힘을 발휘한다.
p60. 인지혁명 이후, 사피엔스는 이중의 실재 속에서 살게 되었다. 한쪽에는 강,나무,사자라는 객관적 실재가 있다. 다른 한쪽에는 신,국가,법안이라는 가상의 실재가 존재한다.
p157. 신화는 어떻게 해서 제국 전체를 지탱할 수 있었을까?
기원전 1776년경의 함무라비 법전은 고대 바빌로니아인 수십만 명의 협력 매뉴얼 역할을 했다. 또 하나는 1776년의 미국 독립선언문이다. 이는 오늘날까지도 현대 미국인 수억 명의 협력 매뉴얼로 기능하고 있다.
기원전 1776년 바빌론은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시였다. 1백만명이 넘는 국민을 거느린 바빌로니아 제국은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을 것이다. 바빌론은 메소포타미아의 대부분을 다스렸는데 오늘날 이라크의 대부분과 시리아,이란의 일부가 포함된다.
p163. 생물학에 따르면 인간은 '창조'되지 않았다. 진화했다. 또한 '평등'하게 진화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평등사상은 창조사상과 뗄 수 없게 얽혀 있다. 미국인들은 평등사상을 기독교 신앙에서 얻었다. 모든 사람의 영혼은 신이 창조했으며 신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고 주장하는 신앙 말이다. 하지만 만일 우리가 신과 창조와 영혼에 관한 기독교 신화를 믿지 않는다면,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진화는 평등이 아니라 차이에 기반을 둔다.
p210. 20세기 중반에 과거 남부연합에 속했던 주들에서 자행되었던 인종차별은 19세기 말보다 더욱 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58년 미시시피 대학교에 지원한 흑인 학생 클레넌 킹은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되었는데, 판사가 미시시피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 흑인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판결했기 때문이었다.
p213. 많은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에 불과했다. 주인은 아버지인 경우가 가장 많았고 남편이나 남자 형제일 때도 있었다. 많은 법 체계는 강간을 재산권 침해로 다루었는데, 달리 말해 강간의 피해자는 강간당한 여성이 아니라 그 여성을 소유한 남성이란 뜻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적 제재의 내용은 소유권 이전이었다. 강간법은 피해자의 아버지나 남자 형제에게 신부 값을 지불하라는 요구를 받았고, 지불과 동시에 여자는 강간범의 소유물이 되었다. 성경의 규정은 이렇다. "만일 남자가 약혼하지 않은 처녀를 만나 그녀를 붙잡아서 동침한 사실이 밝혀지면 그 남자는 그 젊은 여성의 아버지에게 은 50세겔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면 그 여자는 그의 아내가 되어야 한다." 고대 히브리인들은 이것이 타당한 해결책이라고 보았다. 남편이 아내를 강간했다면 범죄가 아니었다. 사실 남편이 아내를 강간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모순이었다. 2006년 기준으로 53개국에서 아내는 남편을 강간죄로 기소할 수 없었다. 심지어 독일에서도 1997년에 이르러서야 강간법이 개정되어 부부간 강간이라는 법적 범주가 만들어졌다.
* 한국 역시 2013년 5월 대법원 판례에서 " 정상적인 부부관계라 하더라도 남편이 아내를 폭행 협박해 강제로 성 관계를 맺으면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다."라고 했다.
p301. 농업혁명이 미친 최고의 종교적 효과는 동식물을 영혼의 원탁에 앉은 동등한 존재에서 소유물로 끌어 내린 것이다.
p318. 불교의 중심인물은 신이 아니라 인간, 고타마 싯다르타다. 불교 전통에 의하면 고타마는 기원전 500년경 히말라야에 있던 작은 왕국의 후계자였다. 이 젊은 왕자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고통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남자와 여자, 어린이와 노인 모두가 전쟁이나 전염병 같은 우연한 재난뿐 아니라 고민,좌절,불만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는데, 그 모두가 인간 조건의 필수적인 부분처럼 보였다.
고타마는 29세에 가족과 재산을 뒤로하고 한 밤중에 왕국을 빠져 나왔다. 그는 6년에 걸쳐 인간 번뇌의 핵심과 원인과 자유법에 대해 명상을 했고, 마침내 그 번뇌의 원인은 불운이나 사회적 불공정, 신의 변덕에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번뇌는 사람의 마음이 행동하는 패턴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p322. 번뇌는 집착에서 일어난다는 것. 번뇌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집착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데 있다는 것. 집착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방법은 실재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도록 마음을 훈련시키는 데 있다는 것이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모든 집착에서 해방되었다면, 어떤 신도 그를 불행하게 만들지 못한다. 반대로 일단 어떤 사람의 마음에서 집착이 일어나면, 우주의 어떤 신도 그를 번뇌에서 구해주지 못한다.
p379. 과학자에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라 기술적 문제에 불과하다. 사람이 죽는 것은 신이 그렇게 정해놓았기 때문이 아니라 심근경색이나 암, 감염 같은 다양한 기술적 실패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기술적 문제에는 기술적 해답이 있게 마련이다.
p589. 옮긴이의 말
약 3만 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상에는 최소한 여섯 종의 호모(사람) 종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우리 종밖에 남지 않았다.
호모사피엔스는 불과 20여만 년 전에 등장했다. 그 이후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인류는 동아프리카를 떠돌며 수렵채집을 하는 중요치 않은 유인원 집단에 불과했다. 그리고 약 7만 년 전부터 이들은 아프리카를 벗어나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p592. 유발 하라리는 과학혁명의 후속편인 생명공학 혁명이 결국 다다르는 곳은 '길가메시 프로젝트'라고 주장한다. ('길가메시'는 죽음을 없애버리려 했던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영웅이다.) 인류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가 결국 성공하리란 것을 저자는 의심하지 않는다.
* 역사 연대표
135억년 전 물질과 에너지 등장. 원자와 분자 등장
45억 년 전 지구 행성 형성
38억 년 전 생명체 등장
7만 년 전 인지혁명. 역사의 시작 (인류가 동아프리카로 부터 이동 시작)
12,000년 전 농업혁명
5천 년 전 최초의 왕국. 다신교 종교
5백 년 전 과학혁명 . 지구 전체가 단일한 역사의 무대가 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