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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장류진
1986년생 연세대 사회학과 동국대 국문과 대학원 수료 

p232. 작가의 말
여기 실린 소설들은 모두 회사에 다니는 동안 발표한 작품이다. 돌이켜보니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꼭 십년이 지났다. 소설을 쓰는 일, 그건 내 오래고 오랜 비밀이었다. 그렇게 좋아 하면서도, 이상하게 부끄러웠다. 소설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동안은, 늘 누군가 내 귓가에 대고 '네가 무슨 소설을 써? 소설 쓰고 있네...' 라고 속삭이며 하하 웃곤 했는데 그건 슬프게도 나였다. 그래서 절친한 친구나 가족에게조차, 소설을 쓴다는 사실을 꼭꼭 숨겨왔다.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신나게 웃고 떠들다가도, 내게는 어무도 중요한 나의 일부를 이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내가 자초한 일이면서도- 한없이 외로웠다. 소설가로 데비하고 나서 가장 신기했던 일은, 더 이사상 혼자 쓰고 혼자 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단 한명이리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내 글이 가닿는다는 것이었다. 무섭기도 하지만, 오래 바라왔던 일이다.

내생각 : 사회학과 국문과 대학원 졸업이면 언제든지 글을 쓸 수 있는 재능이 있는것임.

<잘 살겠습니다.>

p8. 빛나 언니가 메시지를 보내온 건 지난주 수요일 퇴근 무렵이었다. '구재랑 결혼한다며?'로 시작된 메시지는 ...
p14. 신입사언 연수를 받는 동안 나는 빛나 언니보다는 내가 훨씬 능력 있다고 생각해왔었다.
p28. "빛나 언니하네 가르쳐주려고 그러는거야. 세상이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오만원을내야 오만원들 돌려받는거고, 만이천원을내면 만이천원짜리축하를받는거라고. 아직도 모르나 본데, 여기는 원래 그런곳이라고 말이야. 에비동에 새우가빼곡하게들어있는건가게주인이 착해서가 아니라 특에비동을주문했기때문인거고, 특에비동은 일반에비동보다 사천원이 더 비싸다는거...
p33.  랩포장을 벗겨내고 샛노란고물이 포슬포슬하게 묻혀진 경단 하나를 집어 입에넣었다. 방금 쪄낸듯, 아직따뜻했다. 오늘 새벽에 찾았나보네. 나는 달고 쫄깃한 경단을우물거리면서 생각했다. 빛나언니는잘살수있을까. 부디잘살수있으면좋겠는데.

내생각 : 화자를 바꿔서 생각해봤다. 빛나언니가 하는 행동은 나이브하다. 다른 생각없이 원래 생각이 투명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주인공의 생각과 생활이 너무 빡빡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빛나언니가 배경화면을 싸구려 선물이지만 올렸다는것과 새벽에 찾아서 돌인 결혼감사 떡에서도 그런 순수함이 뭍어났다.

<일의기쁨과슬픔>

스크럼, 애자일방법론, 트렐로, 중고물품거래 중개사이트 운영 스타트업
p39. 거북이알은 몇주 전부터 강남과 판교 지역에서 하루에 거의 백개씩 글을 올리고 있었다. 이것만해도 일반적인 사용자로 보기는 힘든데, 더 특이한점은 중고물품을파는게아니라 뜯지도않은 새상품을 판다는 것이었다. 가격은 늘 인터넷최저가보다 조금씩 싸게 책정해두었다.
p45. 목걸이 형태의 사원증에 유비카드사의로고와함께 '혜택기획팀 차장 이지혜'라고 쓰여있었다.
p50. "그렇게좋은거면 앞으로 일년 동안 이차장은 월급, 포인트로받게."
p52. "돈이뭐별건가요? 돈도결국이세계, 우리가살아가는시스템의 포인트인거잖아요. 그래서 그냥이렇게생각하기로했죠." "어떻게요?" "포인트를다시돈으로 바꾸면되는거잖아." 그때부터 거북이알은 포인트를 돈으로 전환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나섰다고했다.
p63. 아홉시가 되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이 또 있었다. 몇달 전 예매해두었던 조성진 홍콩 리사이틀이 벌써 다음 달이었다. 공휴일과 주말, 그리고 아껴둔 연차를 하루 붙여서 삼박 사일을 놀고 공연도 볼 것이다. 항공권 예매 사이트에 접속한 다음, 홍콩행 왕복 티켓을 결제했다. 조금 비싼가 싶었지만 오늘은 월급날이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했다.

내생각 : 빡빡한 직장생활에서 독립적으로 주관을 갖고 살아가는 주인공과 회사로 부터 엄청난 불이익으로 현금대신 포인트로 받았음에도 지혜롭게 이겨나가는 또 다른 직장인에서 직장인의 평범한 일상을 볼 수 있다.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p66. 입국심사를 마치고 국제선 터미널로 나오자마자 벗 매표소가 보였다. 지유씨가 설명해준 대로였다.
p67. 지유씨와 다시 연락이 닿은건, 내가 먼저 안부 메시지를 보낸지 정확히 일주일이 지나서였다. 다시 연락해볼까, 하고 늘 생각만하다가 거의 일년 만에 보낸 메시지였다.
회사 경조사 게시판에 '법무팀 송지유 배우자상'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온게작년봄이었다.
p70. 사실 지유씨와 특별한 관계였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우리사이에 특별한 기운이 흘렀던것만은 확실했다. 서른셋먹도록여행은 많이 못해봤어도 여자는 많이 만나본 편이었다. 연애의 가능성이란, 얼굴을 마주하고 한두마디만나누어보면 금방도드라져서감지하기 쉬운 종류의 것이었다. 다만 나는 이십대가 아닌 삼십대였으므로, 적절한시기를 기다릴줄알았다. 처음만났을때그녀에겐 남자친구가있었고나역시만나는여자가있는상황이었다. 큰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서로의 연애를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둘 사이에 은근한 성적 긴장을 만들 수 있었고 ...
p94. "아니, 남의가방을그렇게막열어보는법이어딨어요." "지훈씨, 나랑자고싶었어요?" 이렇게 예측 불가능한 여자는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해봐요. 나랑자고싶었죠?" "지유씨는아니었나봐요?" "전,반반?"뭐이런게다있지. "근데, 지금은 아니에요." 뭐이런게다있지. "아무래도, 자려는 마음이 중요한 거니까요." "그게무슨말이에요,대체." "그러니까, 꼭 잘 필요가있나, 그런거죠." "네?" "자면뭐해도. 어차피 자고나면 다 똑같잖아요. 지훈씨도 그걸 모르지않잖아요." "그래서 실제로 잤는지 안 잤는지보다는, 자고싶다는 마음, 그 마음 자체가 중요한 거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p97. 세상질척거리는통화였다. 심지어는나는울고있었다.최악이었다. 휴대폰을 침대 위에 던져버리고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뚜껑을 닫지않은채로 올려놨던 작은 생수병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졌고 바닥에 두었던 백팩위로 물이 쏟아졌다. 나는 황급히 백팩을 집어 들었다. 백팩의 앞주머니 지퍼가 활짝 열려 있었다. 이 씨발년이. 열었으면 닫아놔야 할 거 아냐. 소중한 황금연휴가 엉망이 되어버렸다. 나는 내가 지유씨 앞에서 울었다는 사실이 억울해서 또 눈물이 았고 그렇게 눈물의 악순환속에서 잠이들었다.

내생각 : 오랫동안 홀로 짝사랑 했던 여자가 이혼을 했고 갑자기 일본으로까지 가면서 이제는 시간이 흐를만큼 흘렀고 충분히 무르익었고 고백을 하면 잘 될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충분히 그럴수 있다. 하지만 후반에가서 고백도 못하고 혼자 호텔에서 갑자기 그녀에게 욕을 하는 심정을 보고 진심을 의심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랑이 어떻게 완벽할 수 있겠는가? 이런저런 불안정을 극복하며 이우러지는 것이 바로 사랑일 것이다.

<다소낮음>

p100. 장우가오랜만에쓴곡의제목은'냉장고송'이었다.

내생각 : 예술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고집현상이지만 가끔 이런 주인공이 성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세상에 나쁜일을 안하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이롭게 하며 사는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도움의손길>

p129. 가사도우미를불러볼까라는생각에사로잡힌건이집에이사온뒤부터였다. 우리 부부가 이사 온 네번째 집이자, 결혼 칠년 만에 우리 명의로 마련한 첫번째 집이었다.

내생각 : 요즘 젊은 부부들 세상에서는 이렇게 도우미를 부르는 경우가 현실인가?

<백한번째이력서와첫번째출근길>

p161. 아니, 지금 장난해? 나는 고개를 돌려 내가 들어왔던 유리문에 거꾸로 적혀있는 글자를 다시 읽었다. TAKE OUT 시 아메리카노 2,000원. 그래, 어디에도 '아이스'라는 말은 없었다. 나는 억울한 마음이 되어 따져 물었다.

p164. 내년에는 처음으로 여름휴가라는 걸 쓸 수 있지 않을까? 상상했다. 오늘은 좀 망했지만, 내일부터는 오늘 몫까지 정말 아끼고 또 아껴서 십만원따리 적금을 하나 더 부어야지. 그래서 내년 여름엔 이탈리아 여행을 가야지. 가서 이태리 사람들이 진짜로 뜨러운 커피만 마시는지 내가 볼 거야. 마침내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엄청나게 시원한 바람에 땀에 젖었던 앞머리가ㅏ 순식간에 마르는 게 다 느껴졌다. 여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냉방이었다. 등줄기에는이미 소름이 돋았고 블라우스도 다시 기분 좋게 펄력였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똑바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숄더백을 한번 추켜올리고, 한 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든 채로, 새로 산 구두 굽 소리가 경쾌했다.

내생각 : 입사 후 첫 출근길을 묘사했다. 내가 항상 생각하는 글 쓰는 사람의 기본은 연필 한 자루를 보고서도 장문의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이 바로 이런 능력이다. 앞으로 3년간 글쓰기를 배워서 꼭 나의 책을 쓰고싶다.

<새벽의 방문자들>

p166. 여자는 마우스 포인터를 '규제' 버튼 위로 가져가 클릭했다. 팝업창이 떴다. 욕설, 도배, 영리 목적, 개인정보 노출, 음란 성인광고로 나뉜 카테고리의 마지막 란에 체크하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하나의 섹스를 지우는 동안 또다시 수십개의 하룻밤과 원나잇과 모텔과 여대생과 환상적인 밤들이 생겨났다.

p169. 여자가 이곳 더블타워 오피스텔로 이사 온 지는 한달이 채 되지 않았다. 지은 지 삼십년이 다 되어가는 낡은 건물이었다. 십오층짜리 건물 두동의 오피스텔을 길 건너에서 바라보면 A동에는 '더블', B동에는 '타워'라는 글자가 한글, 그것도 조악한 궁서체로 건물 꼭대기에 커다랗게 양각되어 있었다.

p180. 며칠 전 그 남자는 오피스텔 성매매를하러 온 것이다. 이렇게 가정하자 이전까지 설명되지 않던 모든 것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남자는 동을 착각한 것이 분명했다.

p187. 어제도 저희 집 초인종 누르셨나요? 뜻밖의 질문에 여자는 당황했다. 아니요, 오늘 처음 왔는데요. B동의 그녀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요즘 자꾸 이상한 남자들이와서 초인종을 눌러대서요.

내생각 : 그럼 모지?

<탐페레 공항>

p192. 육년 전, 나는 핀란드의 탐페레라는 작은 도시를 경유했었다. 목적지는 아일랜드 더블린이었는데, 가장 싼 항공편을 찾다보니 핀란드를 거쳐야 했던 것이다.

p194. 그가 내민 티켓을 받아 들었다. 헬싱키행 비행기였고 앞으로 네시간니아 더 기다려야 했다. "당신의 비행기는 네시간 뒤에 출발해요. 여기서 더 기다려야함해요."... 우리는 공항 건물 밖으로 나가 주변을 한바퀴 산책하기로 했다.

p197. 동창회 사이사이에 늘 부고 소식이 있고, 바로 그 이유로 참석 인원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그런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껄껄 웃었다. 이번에는 노인이 내게 물었다. 학교를 졸업하면 무슨 일을 하고 싶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다큐멘터리 피디가 되고 싶다고 했다.

내생각 : 세상사는 사람들의 일상이다. 마음으로는 꼭 무엇인가를 해야하는데 지나고 보면 몇 년이 훌쩍지나가있다. 몇 년이 지나서 연락했지만 핀란드 노인에게 연락이 닿았다는것은 행복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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