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혼비 작가가 직접 삶의 질곡속에서 겪은 이야기를 축구를 통해서 부드럽고 자연스럽고 열성적으로 기술한 책이다. 가볍게 터치하며 진행하는 생경한 여자축구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물흐르듯하는 문체에서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나도 이렇게 내 삶을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서술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을 갖기도 했다.'82년 김지영'이라는 소설에서 느꼈던 여성과 남성의 삶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개인마다 갖고있는 이성에 대한 사회적 감성은 다 다르겠지만 시대의 감성 수준에 따라서 여성의 처지가 많이 변한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자가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지도자를 개혁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
p32. 실패보다 지루함이나 평범함을 더 두려워했다. 나는 위대한 것이 형편없는 것보다 더 좋았고, 형편없는 것이 평범한 것보다 더 좋았다. 왜냐하면 형편없는 것은 적어도 인생의 묘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나의 고등학교 앨범에 넣을 문구로 수필가 헨리 소로의 글을 골라주었다. "친구가 동료들과 발을 맞추지 못하면 아마도 다른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소리가 멀리서 들리거나, 느리더라도 그가 듣는 음악 소리에 발을 맞추어라."p39. 주식시장에 대한 열기만큼 나는 여전히 상품시장 거래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해 봄 나는 메릴린치의 상품시장 담당 임원에게 여름방학 동안 인턴으로 일하게 하게 달라고 부탁했다. 일반적으로 하버드 경영대학원 학생들은 월스트리트 증권업계가 의..
p133. 생각해보니, 내 인생은 과연 별 볼 일 없는 것이었다. 평범하고 평범한 가문의 외동아들이었고, 거의 이대로 평범하고 평범한 가문의 아버지가 될 확률이 높은 인생이었다. 타율로 치면 2할 2푼 7리 정도이고, 뚜렷한 안타를 친 적도, 그렇다고 모두의 기억에 남을 만한 홈런을 친 적도 없다. 발이 빠른 것도 아니다. 도루를 하거나 심판을 폭행해 퇴장을 당할 만큼의 배짱도 없다. 이대로 간다면... 맙소사, 이건 흡사 삼미 슈퍼스타즈가 아닌가.p134. 평범한 야구팀 삼미의 가장 큰 실수는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것이었다. 고교야구나 아마야구에 있었더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팀이 프로야구라는 - 실로 냉엄하고, 강자만이 살아남고,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하고, 그래서 아름답다고 하며, 물론 정식 명..